산다라박
투애니원의 비주얼이자 필리핀이 먼저 알아본 스타. 헬기로 스케줄을 뛰던 인기를 두고 한국으로 와 아이돌로 다시 데뷔했다.
1984년 부산에서 태어났고, 산다라는 순우리말 본명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가족과 필리핀 마닐라로 건너가 11년 가까이 살았다. 처음엔 영어도 타갈로그어도 못 해서 학교에서 놀림을 받았고, 온 가족이 단칸방에서 지낼 만큼 형편도 어려웠다. 수줍고 상처 잘 받는 성격은 이 시절에 생겼다고 한다.
반전은 2004년 필리핀 방송사 ABS-CBN의 오디션 스타 서클 퀘스트였다. 팬들이 야유하면 어떻게 하겠냐는 심사위원의 압박 질문에 결국 울음을 터뜨렸고, 웃어 보라는 말에 눈물을 참으며 타갈로그어로 'Mahal ko kayo(여러분 사랑해요)'라고 답했다. 이 한마디가 전국 유행어가 됐다. 최종 결과는 준우승이었지만 시청자 인기투표에선 앞섰고, 결선 문자 투표 약 50만 표는 여성 참가자 최고 기록이었다. 데뷔곡 In or Out은 오디션 과정을 담은 노래로 끝을 그 유행어로 맺는다. 이후 우승자 Hero와 커플로 예능·시트콤·영화를 휩쓸었고, 헬리콥터로 이동할 만큼 바빴다. 필리핀 사람들이 부른 별명은 '국민 4차원'쯤 되는 Pambansang Krung-krung. 공항에 도착하면 알아본 직원 덕에 팀 전체가 입국 심사를 바로 통과했다는 일화도 있다. 같은 해 KBS 인간극장이 이 이야기를 다루면서 한국에서도 '필리핀의 보아'로 이름이 알려졌다.
2007년, 그 인기를 두고 어릴 때부터 꿈꾼 한국 가수가 되겠다며 귀국했다. 2004년부터 인연을 이어 온 YG엔터테인먼트와 계약했는데, 회사는 원래 배우로 데뷔시킬 생각이었다. 양현석이 한 달 줄 테니 가수 가능성을 보여 달라고 했고, 산다라는 다른 멤버들에게 노래와 춤을 배우며 이를 악물었다. 그렇게 2009년 투애니원의 네 번째 자리를 따냈다. 양현석은 훗날 그를 팀에서 가장 독한 악바리라 불렀다. 데뷔 직전엔 거미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했고, 첫 솔로곡 Kiss는 이민호와 함께한 맥주 광고 노래였다.
투애니원 시절 산다라를 상징하는 건 머리다. Fire와 Lollipop 때 하늘로 솟구친 '야자수 머리'는 파인애플, 대파라는 별명을 얻으며 온갖 패러디를 낳았는데, 받침대 없이 끈으로만 묶어 눈물 날 만큼 아팠다고. 내가 제일 잘 나가 땐 머리를 쭉 세운 '베지터 머리', 2012년 I Love You 땐 걸그룹 최초급 반삭발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Come Back Home의 파란 머리는 같은 제목 곡을 불렀던 서태지의 스타일을 오마주한 가발이었다. 동안으로도 유명해서, 연습생 시절 초등학생이던 공민지가 스물한 살의 산다라를 동갑 라이벌 연습생으로 착각하고 경계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목소리는 씨엘과 박봄의 묵직한 톤 사이에서 가늘고 높게 감정을 속삭이는 쪽이라, 팀의 밸런스를 맞추는 역할을 했다. 성격은 낯가림이 심해 식당에서 반찬 더 달라는 말도 못 했을 정도인데, 프로듀서 테디는 '다라는 4차원, 박봄은 8차원'이라고 정리했다. 공민지는 팀의 엄마 같은 멤버였다고 기억한다. 같은 회사 지드래곤과도 절친이라, 선물받은 옷에 '산다리박'이라고 잘못 수놓인 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6년 팀 해체 뒤엔 예능으로 존재감을 키웠다. 복면가왕 판정단에서 아이돌 추리 담당이 됐고, 비디오스타에선 김숙이 붙여 준 '소식좌'라는 별명으로 밈이 됐다. 바나나 한 개도 다 못 먹는 식사량과 '국수가 족발에게 재킷을 입혀 주는 느낌' 같은 독특한 맛 표현이 세트다. 핑클의 찐팬이라 필리핀에서 멜론을 싸 들고 이효리의 집 앞까지 찾아간 덕질 일화도 유명하다.
2021년 14년 만에 YG를 떠났고, 2022년 코첼라에서 씨엘의 무대에 네 멤버가 함께 오른 사막의 재결합으로 팬들을 울렸다. 2023년엔 첫 솔로 미니 앨범 SANDARA PARK를 냈고, 2026년에는 자기 이름을 거꾸로 쓴 1인 기획사 ARADNAS를 세웠다. 한국어·영어·필리핀어를 하는 3개 국어 아이돌이다.